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어린 시절부터 '넌 꿈이 뭐야?'라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내 꿈은 슈퍼맨이었고, 과학자였고, 축구선수였고, 한의사였다.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사람들이 탁월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자가 꿈이었고, 돈 많이 버는 사업가가 꿈이었다.
지금은 교보문고 한 켠에 내가 저술한 책이 진열되는 꿈을 꾸고 있다.
꿈의 실현
누군가 내게 '꿈을 이뤘니?'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 할 수 있을까?
지금 내 직업은 슈퍼맨도, 과학자도, 축구선수도, 한의사도 아니다.
그럼 나는 꿈을 이루지 못한 걸까?
그렇지 않다.
나는 모든 꿈을 이루었다.
슈퍼맨이 되고 싶었던 나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상상을 했고, 아버지의 팔 힘을 빌려 날아다닐 수 있었다.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나는 로켓을 쏘는 상상을 했고, 물로켓을 진지하게 쏘아 올렸다.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던 나는 매일 아침 공을 갖고 운동장에 나가 훈련을 했고, 진지하게 축구 경기에 임했다.
진짜 꿈
오랜 시간이 지나고 알게 된 사실은, 진짜 꿈은 외부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슈퍼맨을 꿈꾼 게 아니라, 슈퍼맨처럼 날아다니는 상쾌함을 원했다.
나는 과학자를 꿈꾼 게 아니라, 무언가 정성들여 만들어낸 뿌듯함을 원했다.
나는 축구선수를 꿈꾼 게 아니라, 경쟁에서의 짜릿함, 팀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느낌, 골을 넣기 위해 협력하는 공동체 감각을 원했다.
꿈은 내 마음속에 있었다.
고정과 유연
어느 순간 부터 '꿈이 뭐야?'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성장이 느껴지는 것', '협력하는 일', '소속감 느껴지는 일'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말로 내 꿈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느 하나의 대상으로 고정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다.
살아 오면서 체감했듯, 꿈이라고 표현했던 어떤 직업들은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변화했다. 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펼쳐지며 오히려 여러 일들을 경험해보게 되었고, 나의 경험 폭은 훨씬 넓어졌다.
독서 모임을 운영하더라도, 어느 시점에는 서비스 기획자, 어느 시점에는 마케터, 어느 시점에는 디자이너로, 어느 시점에는 개발자로 살았다.
사실 직무에 대한 생각보다도 '어떻게 해야 식글북적에 좋은 사람들을 모으고 함께 성장할 수 있을까' 와 같은 고민을 해결하는 데에 관심을 쏟았다. 이때도 내 꿈은 '성장하는 것',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꾸준히 할 수 있는 재밌는 일' 이라는 추상적인 마음으로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세상에 정해져 있는 듯한 직업적인 꿈을 고정시키고, 그 틀에 나를 맞추는 것보다, 내가 원하는 느낌들을 꿈으로 고정시키고, 그 느낌에 맞는 것들을 이어 붙이다 보니 내가 원하는 무언가가 생겨나는 흐름이었다.
누군가 꿈이 뭐냐고 묻는다면
꿈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질문 하는 사람이 원하는 답변이 '직업'이라면 나는 그 답변을 해주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개발자 경험이 있으니, 세계적으로 개쩌는 개발자가 될 거야'라는 것을 꿈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내게는 오히려 직무 하나에 나를 가둬버리는 느낌이 들어 거부감이 든다.
원대한 꿈도, 목표도, 계획도 먼 시점의 내 모습을 정해두는 것은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
현재의 나는 지금 추구하고 싶은, 단기적이면서도 향후에 뭔가 도움되지 않을까 싶은 느낌을 좀 더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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